우리 목장은 분가한 지 이제 두 달이 되어 갑니다.

목장이 분가하기 전 목자는 계속적으로 우리 목장의 목표는 건강한 분가라고 거듭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목장의 인턴으로 세워져 목자를 이어 3기로 제자대학까지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님을 위해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일군이 되길 원했습니다. 9월에 우리 목장은 그토록 바라던 분가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분가되어진 새 목장의 목자도 아니고 인턴도 아닙니다. 현재는 목장의 한 일원으로 군사반을 다시 듣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시간 동안 주님의 일꾼이길 원하는 바람만 있을 뿐 그 대가는 치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저를 하나님은 지도자로 필요로 하지 않으셨고 저는 인턴의 자리에서 넘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당신이 나를 내친 것 같은 서운함에 교회도 싫고, 목장도 싫고, 사람들도 싫었습니다. 저는 제자대학 졸업과 함께 훈련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제 마음에서 훈련에 대한 열망과 기대를 덮는 순간 저는 더 이상 인턴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지금 훈련받는 군사반에서 당신도 영적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을 통해 왜 제가 목자로 세워지지 않았는지, 그 리더로서의 자리가 왜 그렇게도 싫고 두려웠는지, 그리고 군사반을 제가 왜 다시 듣게 되었는지 좀 더 분명하게 보았습니다. 제가 스스로 그 인턴의 자리를 내 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저를 그 자리에 세우시지 않으셨다는 사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지도자, 리더로서의 모습을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 부족한 현실만이 눈에 들어왔고, 제 나약한 모습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제 삶에서 하나님과의 교제는 형식적인 예배로 끊어지고 수레바퀴는 무너져 어느 것 한 가지도 서 있지 않았습니다. QT도, 교제도, 섬김도, 기도도 사라졌습니다. 당연히 제 안에서 기쁨으로 감당해야 할 순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는 의무감과 좌절감, 그리고 불평, 불만, 불신으로 채워졌습니다. 영적 민감함은 어느 한 구석에도 남아있지 않은 듯 기도마저도 벽을 맞대고 하는 것처럼 마르고 갑갑하고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또한 리더가 지녀야 할 종의 태도마저 저를 너무 비굴하게 보이게 하는 것 같아 싫었습니다.

그러한 저를 하나님은 지도자로 세우실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자리는 다른 지체의 생명처럼 귀한 영혼을 만지는 자리입니다. 교만에 취해 게으르고 나태한 자를 다른 이들의 앞에 세우는 것은 지팡이도 없는 눈먼 봉사에게 양떼를 맡기고 벼랑 곁에 세우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완벽하지 못했고 부족했습니다. 물론 지금의 제 모습도 한없이 부족하고 약하며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모래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지도자로서 누구나 완벽한 이는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한쪽 면이 뛰어나다면 다른 면에서는 부족함이 보이고 장점만큼 단점도 지녔던 그들이 리더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들처럼 분명 부족하고 나약한 부분도 있지만 하나님이 들어 쓰시기에 좋은 장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리더가 되어 세워졌고 저는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제 문제를 온전히 맡기지 못하고 하나님이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이었습니다. 또한 저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제 삶의 주인이 제가 되길 원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저의 나약한 부분들을 들어내기 싫었고 다른 이들을 위한 중보도 귀찮았습니다.

군사반 재수강으로 인해 주님이 원하시는 리더로서 갖춰야 할 자질들을 제가 얼마나 노력 없이 가지려 했었던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저는 두렵습니다. 이제는 자신 있다고 다시는 제가 넘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좌절하고 쓰러졌던 예전의 제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두렵습니다. 지금 인도하고 있는 열린 모임도 자신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제 입술의 둔함과 다른 이를 위로하고 격려하는데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매 순간 느낍니다. 또한 제 안에 얼마나 강한 불순종의 마음이 들었는지 순종을 해야 하는 그 자리에서 저는 매번 넘어지기도 합니다. 해야 할 순종이라면 기쁨으로 감당해야 하는데 여러 불평들만 가득해서 순종할 수 없는 저를 정당화 시키기 바쁩니다.

훈련은 저에게 당신도 영적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온전히 하나님께 의지하고 저의 비어져 있는 부분을 하나님이 채우실 것임을 기대하고 바라보라고 합니다. 제 삶의 주인이 절대 제가 아닌 그분이심을 인정하고 제 삶을 어떻게 인도하실 것인지 기대하며 그분의 제자로, 군사로 살라고 합니다. 그 귀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도 제가 영적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하기가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지난 실패를 통해, 아니 귀한 경험을 통해 저는 조금 더 하나님께 의지하는 법을 배웠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우리 목장의 목자를 위해 더 기도하게 됩니다. 저처럼 두려움에 빠져 주저앉지 않기를, 주님이 주신 영적 권위가 제대로 세워질 수 있기를, 또한 하나님께 온전히 의지하며 진정한 영적 지도자로서 나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중보하며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을 얻었습니다. 제가 이 훈련을 마치고 또 다른 훈련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 위에 서 있는 영적 권위자를 위해 좀 더 신중한 기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충성됨을 제가 본받아야 하므로 그들이 진정으로 충성된 일꾼이 되기를, 그리고 제가 그들의 충성됨을 제대로 본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